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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플로어타임, 하루 20분 상호작용 설계법

목차

아스퍼거 플로어타임은 이미 말이 트인 아이의 대화를 정보 전달에서 정서 교류로 옮겨 놓기 위한 상호작용 방식입니다. 어휘를 늘리거나 발음을 교정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눈빛과 표정과 말차례가 오가는 그 짧은 순간에 아이가 상대를 읽고 자신을 맞춰 보는 경험을 쌓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아스퍼거 플로어타임

언어 지연 없이 자라 온 아이의 부모님들께서 놀이 기반 접근을 처음 들으실 때 가장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말을 아주 잘하는데 왜 놀이를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타당한 질문입니다. 실제로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은 어휘력이 또래보다 앞서고, 관심 분야의 지식은 어른을 놀라게 할 정도인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휘가 아니라 대화의 온도, 즉 상대의 반응을 감지하고 자기 말의 방향을 바꾸는 일에서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언어와 인지가 보존된 아동에게 플로어타임을 적용할 때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하루 20분을 어떤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는지, 그리고 아이가 말을 잘할수록 부모가 어떤 지점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유아기 놀이 장면만이 아니라, 진단이 늦어져 초등학교나 그 이후에 시작하는 가정에서도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도록 연령대별 변형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말이 트인 아이에게도 상호작용 훈련이 필요한 이유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에게 부족한 것은 말의 재료가 아니라 말의 쓰임입니다. 문장을 만드는 능력과 그 문장을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축이며, 전자가 충분해도 후자가 자라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이 유형의 아이들을 오래 곤란하게 만듭니다.

진료실에서 부모님과 함께 자주 그려 보는 그림이 있습니다. 대화에는 두 개의 층이 겹쳐서 흐른다는 그림입니다.

대화의 층위여기서 오가는 것아스퍼거 아동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모습
정보층사실, 지식, 설명, 질문에 대한 답또래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경우가 많음
정서층관심의 신호, 흥미의 온도, 지루함과 반가움의 표시보내는 신호가 적고 받는 신호도 놓치기 쉬움
조율층말차례의 길이 조절, 화제 전환의 합의, 상대에 맞춘 수위 조절자기 관심사 쪽으로 대화가 자주 기울어짐

정보층만 보면 아이는 유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언어 평가에서도 정상 범위로 나오고, 어른들은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낍니다. 문제가 드러나는 곳은 또래 사이입니다. 또래의 대화는 정보량이 적고 정서 신호가 대부분인데, 바로 그 층에서 아이가 길을 잃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의 부모님이 집에서는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어른은 아이의 말에 맞춰 주는 존재이므로 조율의 부담을 아이가 질 필요가 없습니다.

언어 지연이 없었다는 사실은 발견을 늦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영유아 검진과 어린이집 관찰에서 흔히 쓰이는 지표들은 말이 늦는지, 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휘가 앞서는 아이는 그물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그러다 또래 관계의 규칙이 복잡해지는 초등학교 중학년 무렵, 혹은 무리 짓기가 본격화되는 사춘기 초입에 이르러서야 어려움이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이 시점에는 이미 몇 해 분량의 실패 경험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고, 아이는 사람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상호작용 개입은 사교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앞서, 사람과의 접촉이 즐거울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시키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플로어타임은 이 정서층과 조율층을 매일 조금씩 훈련하는 방식입니다. 지시와 정답이 있는 훈련이 아니라, 아이가 주도하는 흐름 안에서 어른이 의도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주고받기의 고리를 늘려 가는 방식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린스판 박사가 정립한 DIR 모델의 실행 방법이며, 아이토마토 한의원에서는 이를 의학적 치료와 함께 가는 교육학적 축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린스판 모델에서 이 아이들이 서 있는 지점

기능적 정서 발달 단계로 보면,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은 앞쪽 단계에서 큰 문제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의를 유지하고, 애착을 형성하고, 단순한 의사소통 고리를 주고받는 일은 대체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아무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곤 합니다.

균열이 드러나는 지점은 여러 고리를 이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 생각과 감정을 상징으로 다루는 단계,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며 협상하는 단계입니다. 놀이 장면으로 옮기면 이렇게 나타납니다. 규칙을 함께 만들어 가는 놀이에서 자기 규칙만 고집하고, 인형에게 감정을 부여하는 상상 놀이가 짧게 끝나며, 상대의 제안과 자기 제안을 이어 붙이는 대신 화제를 자기 쪽으로 되돌립니다.

그래서 아스퍼거 플로어타임은 처음부터 뒤쪽 단계를 겨냥합니다. 이 점이 언어가 늦은 아동을 대상으로 할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발성이나 눈맞춤을 끌어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이미 있는 언어를 어떻게 관계 안으로 끌어들일지에 시간을 씁니다.

아스퍼거 플로어타임이 겨냥하는 발달 단계별 목표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20분은 그저 함께 논 시간으로 끝납니다. 아래 표는 언어와 인지가 보존된 아동을 기준으로, 각 단계에서 무엇을 목표로 삼고 무엇을 성취 신호로 볼지 정리한 것입니다.

발달 단계흔히 관찰되는 상태20분 놀이에서의 목표진전을 알려 주는 신호
4단계 공동의 문제 해결혼자 해결하거나 어른에게 지시만 함하나의 과제를 두 사람이 나눠 맡기아이가 먼저 역할을 나누자고 제안함
5단계 생각과 감정의 상징화사실 설명은 길지만 감정 표현은 짧음인물·상황에 감정을 붙여 이야기 만들기놀이 속 인물의 기분을 스스로 말함
6단계 생각의 논리적 연결화제가 자기 관심사로 되돌아감상대의 아이디어에 자기 아이디어 잇기그런데, 그러면 같은 연결어가 늘어남
확장 단계 다중 관점옳고 그름의 이분법이 강함같은 사건을 두 인물의 입장에서 말해 보기상대가 왜 그랬는지 추측하기 시작함
확장 단계 회색지대 다루기규칙 위반과 변경을 견디기 어려워함규칙을 협상으로 바꿔 보는 경험규칙 변경 제안에 화내지 않고 조건을 검토함

표를 보실 때 오른쪽 두 열에 시선을 두시기를 권합니다. 왼쪽의 진단적 서술은 참고 정보일 뿐이고, 매일의 20분에서 실제로 손에 잡히는 것은 목표와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한 주에 여러 단계를 동시에 노리지 마시고, 4주 정도를 한 묶음으로 잡아 한 단계에 집중하시는 편이 결과를 읽기에도 좋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계가 순서대로만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6단계 대화가 나오다가도, 피곤하거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에는 4단계 협력조차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날의 아이가 서 있는 자리에 맞춰 어른이 눈높이를 내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목표는 아이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는 자리에서 한 고리를 더 늘리는 것입니다.

하루 20분을 네 구간으로 나누는 절차

20분이라는 시간은 짧아 보이지만 구조 없이 흘려보내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아래는 진료실에서 부모 코칭을 할 때 실제로 안내하는 시간 배분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를 정해 두면 진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첫째로 시간대를 고정합니다. 하교 직후처럼 아이가 지쳐 있는 시간보다는 간식을 먹고 한숨 돌린 뒤가 반응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장소와 방해 요소를 정리합니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거나 어른의 휴대전화가 손 닿는 곳에 있으면, 아이는 어른의 주의가 자신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차립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목표를 하나만 정합니다. 목표가 여러 개면 어른의 머릿속이 바빠지고, 그 분주함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구간부모가 할 일실제로 해 볼 만한 말이 구간에서 피할 것
0~3분 합류아이가 하던 것 옆에 조용히 자리 잡기그거 뭐 만드는 거야, 나도 볼래새 활동 제안, 오늘 학교 어땠는지 묻기
3~9분 따라가기아이의 주제와 속도에 그대로 맞추기아,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데가르치기, 틀린 정보 교정하기
9~16분 확장고리를 늘릴 작은 도전 한두 개 넣기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도전을 여러 개 연속으로 던지기
16~20분 마무리함께 정리하며 오늘 장면 되짚기아까 네가 양보해 줘서 편했어평가하기, 다음에는 이렇게 하자고 훈수 두기

구간 사이의 비율이 중요합니다. 따라가는 시간이 확장하는 시간보다 길어야 한다는 원칙만 지켜도 놀이의 성패가 크게 달라집니다. 부모님들께서 가장 자주 무너지시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 아이가 말을 잘하니 곧바로 대화를 이끌고 싶어지고 그 순간 놀이는 수업으로 바뀝니다.

확장 구간에서 쓰는 세 가지 방법

확장은 아이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여지를 만드는 일입니다.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에게 특히 잘 맞는 방법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규칙에 틈을 내는 것입니다. 아이가 정한 규칙을 어른이 살짝 다르게 해석해 보고, 아이가 그것을 지적하면 그럼 어떻게 정할지 물어봅니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에서 규칙을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를 옮기는 연습입니다.

두 번째는 역할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가 늘 설명하는 쪽이었다면 어른이 설명하고 아이가 질문하게 합니다. 질문을 만들려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므로, 듣기 훈련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세 번째는 감정에 자막을 다는 것입니다. 놀이 속 상황이나 어른 자신의 반응에 어른이 먼저 감정 이름을 붙여 말합니다. 지금 좀 아쉬운데, 이건 좀 억울하다 같은 짧은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감정 어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대화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세 방법 모두 한 회기에 다 넣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만 골라 일주일간 반복하시는 편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부담이 적고, 변화를 확인하기도 쉽습니다.

아스퍼거 플로어타임

연령에 따라 놀이의 모양은 달라집니다

아스퍼거 특성은 언어 지연이 없다는 이유로 늦게 확인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을 시작하는 시점이 초등학교 이후인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바닥에 앉아 인형을 움직이는 장면만 떠올리시면 나이 든 아이에게는 적용이 어려워 보이지만, 원리는 그대로 두고 형식만 바꾸면 됩니다.

연령대활동의 형태이 시기의 주 목표흔한 저항과 대응
4~6세인형·블록·역할 놀이상징 놀이의 줄거리를 함께 늘리기놀이가 반복적일 때는 등장인물을 하나 추가
초등 저학년보드게임·만들기·그림 그리기승패가 걸린 상황에서 감정 조절지는 것을 못 견디면 협동형 게임부터 시작
초등 고학년관심사 기반 프로젝트·요리·산책 대화상대의 관심을 확인하며 말 조절유치하다고 거부하면 아이가 고른 주제로 진행
중고등함께 보는 영상 이야기·계획 세우기다른 관점의 존재를 언어로 다루기방문을 닫으면 차 안·산책 같은 나란한 상황 활용

나이가 든 아이일수록 마주 보는 자세보다 나란히 앉는 자세가 대화를 열어 줍니다. 차 안, 설거지 옆자리, 밤 산책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아이가 말을 더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부모님들께 자주 듣습니다. 이런 장면도 충분히 20분의 무대가 됩니다.

청소년기에는 목표 하나를 더 추가해 볼 만합니다. 자신의 특성에 대해 스스로 언어를 갖게 하는 일입니다. 나는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 급식실이 힘들다는 식의 자기 설명이 가능해지면, 아이는 상황을 견디는 대신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대화 역시 훈계가 아니라 놀이의 연장선에서 시작하는 편이 훨씬 잘 열립니다.

말을 잘하는 아이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

부모님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유창한 아이를 마주할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는 흐름을 미리 알려 드리려는 것입니다. 아래 다섯 장면은 코칭 과정에서 가장 자주 조정하게 되는 지점들입니다.

흔한 장면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조정된 반응
아이의 지식 오류를 바로잡아 준다대화가 사실 확인으로 바뀌고 정서층이 닫힘오류는 그대로 두고 그 이야기의 감정에 반응
특별한 관심사 이야기를 끊는다아이에게 가장 넓게 열려 있는 통로를 막게 됨관심사를 무대로 삼아 그 안에서 주고받기를 늘림
질문을 연달아 던진다아이는 답변자가 되고 주도권이 사라짐질문 하나에 어른의 감상 한 문장을 붙임
놀이 중 예절을 훈육한다20분이 평가받는 시간으로 기억됨훈육이 필요한 사안은 시간을 분리해 다룸
대화가 통하니 문제없다고 여긴다또래 상황의 어려움이 계속 보이지 않게 됨어른과의 대화와 또래와의 대화를 따로 관찰

가장 마지막 줄을 특히 마음에 담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잘 통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혼자인 경우, 부모님은 아이의 말을 믿고 상황을 낙관하게 됩니다. 어른은 아이의 말차례를 기다려 주고 관심사에 맞장구를 쳐 주는 존재이므로, 아이는 조율의 부담을 겪지 않습니다. 또래 사이에서의 모습은 담임 교사나 방과후 강사처럼 그 장면을 실제로 보는 사람에게 물어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대 방향의 함정도 있습니다. 아이가 워낙 논리적으로 말하다 보니, 부모가 놀이 대신 설득을 시도하게 되는 흐름입니다. 왜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면 아이는 대체로 수긍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이유를 아는 것과 그 순간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설명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놀이 기반 접근을 지속하는 힘이 됩니다.

또 하나, 20분을 매일 완벽하게 지키려다 지쳐 중단하는 흐름도 흔합니다. 주 5회 20분이 이상적이지만, 주 3회 15분이라도 몇 달간 이어지는 편이 열흘 몰아치고 그만두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임상에서 반복해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20분이 끝난 뒤 남기는 기록

기록이 없으면 변화는 기억의 문제가 되고, 기억은 그날의 기분에 좌우됩니다. 놀이가 끝난 뒤 2분만 들여 아래 네 가지를 적어 두시면 한 달 뒤에 읽을 자료가 됩니다.

아이가 먼저 말을 걸거나 제안한 횟수를 셉니다. 정확한 숫자가 아니어도 되고, 대략 몇 번인지의 감각이면 충분합니다.

하나의 주제로 주고받기가 이어진 최장 횟수를 적습니다. 세 번 오간 대화와 여덟 번 오간 대화는 질이 다릅니다.

어른이 보낸 정서 신호에 아이가 반응한 장면이 있었는지 한 줄로 씁니다. 표정을 살폈거나, 말의 속도를 늦췄거나, 미안하다고 했던 순간들입니다.

아이가 새로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상징 단계의 성장은 이 항목에서 가장 먼저 보입니다.

4주가 지나면 첫 주와 넷째 주의 기록을 나란히 놓고 읽어 보십시오. 점수처럼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주고받기 최장 횟수와 아이가 먼저 건 말의 빈도는 대체로 정직하게 움직입니다.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는 아이의 문제로 결론 내리기 전에 놀이의 구조부터 점검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따라가는 시간이 충분했는지, 확장을 너무 자주 넣지는 않았는지, 그날 아이의 컨디션이 어땠는지가 먼저 살펴볼 항목입니다.

기록의 형식은 단순할수록 오래갑니다. 표를 만들어 칸을 채우려 하면 며칠 만에 부담이 되고, 부담이 되면 놀이 자체를 미루게 됩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날짜와 네 줄이면 충분하며,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던 날에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한 문장 옮겨 적어 두는 것으로 족합니다. 아이가 쓴 표현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 그 시기의 발달 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되살려 줍니다.

기록은 진료 상담에서도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표준화된 척도가 담지 못하는 일상의 결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적은 몇 줄의 놀이 기록이 검사 점수보다 아이의 현재를 더 정확히 알려 주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닥터토마토 프로토콜 안에서 플로어타임이 놓이는 자리

아이토마토 한의원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퇴행성 신경 질환의 관점으로 이해하며, 치료를 의학적 접근법과 교육학적 접근법의 두 축으로 구성합니다. 닥터토마토 프로토콜은 한약, 식이요법, 영양제 요법, 항생 요법을 통합한 의학적 체계이고, 플로어타임은 그 위에서 상호작용의 발달을 담당하는 교육학적 축입니다.

두 축을 함께 두는 이유는 몸의 상태가 놀이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소장 내 세균 과증식(SIBO, 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으로 복부 불편이 이어지거나 수면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잘 설계된 20분도 힘을 내지 못합니다. 반대로 신체 컨디션이 안정되면 같은 놀이에서 아이의 반응 속도와 주고받기 길이가 달라지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소화와 수면 같은 기반을 먼저 살피고, 그 위에 상호작용 과제를 얹는 순서를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문주 원장은 저서 『자폐 아동을 위한 플로어타임 프로그램』과 『고기능 자폐·ADHD 아이를 위한 플로어타임 가이드』에서 부모가 치료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 구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료실에서의 40분보다 가정에서의 매일 20분이 누적 시간에서 앞서기 때문입니다. 아이토마토 한의원이 화상 회의 방식의 플로어타임 홈스쿨로 부모 코칭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며, 실제 놀이 영상을 함께 보며 반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통합치료 프로그램의 경과를 다룬 전향적 관찰 연구는 2023년 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되어 있으며, 의학적 개입과 상호작용 개입을 병행한 프로그램의 6개월 관찰 결과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관찰 연구라는 설계상 인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원문에도 명시되어 있으므로, 수치보다는 두 축을 함께 운영했다는 구조에 주목해 읽으시는 편이 실제 도움이 됩니다. 놀이의 원리와 실제 장면은 닥터토마토 유튜브 채널의 부모 교육 영상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A.Q

짧게 두 차례로 쪼개서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매일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짧게 두 번으로 나누는 방식도 무방합니다. 다만 한 번의 길이가 10분 아래로 짧아지면 따라가는 구간이 확보되지 않아 확장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5분, 저녁에 15분처럼 무게를 한쪽에 두는 배분이 현실적입니다.

아이가 대화를 계속 자기 관심사로 돌리면 그냥 따라가도 되나요?

따라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관심사는 이 유형의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가장 넓은 통로이므로, 그것을 막는 순간 대화의 문도 함께 닫히는 일이 많습니다. 관심사 안에서 역할을 나누거나 상대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주제는 그대로 두면서도 주고받기의 고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형제가 있는 집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나요?

형제가 함께 있는 시간과 일대일 시간을 분리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다른 아이가 잠든 뒤나 등원 전 이른 아침처럼 방해가 적은 구간을 고정 시간으로 정해 두는 가정이 많습니다. 형제와 함께하는 놀이는 또래 상호작용의 좋은 무대가 되지만, 그 경우 목표는 조율 연습으로 바뀌므로 일대일 시간과 성격이 다릅니다.

학교 상담 교사에게 이 방식을 설명해도 될까요?

가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연습하고 있는지 공유하면 학교에서의 지원과 결이 맞춰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의 관심사를 활용하는 접근이라는 점을 전달하면, 쉬는 시간이나 모둠 활동에서 교사가 같은 통로를 쓸 수 있습니다. 공유할 때는 진단명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관찰된 반응을 중심으로 전하는 편이 오해가 적습니다.

보드게임만 하려고 할 때도 같은 방식이 되나요?

보드게임도 훌륭한 무대가 됩니다. 규칙이 명확한 활동은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이 편안함을 느끼는 형식이며, 그 안에서 순서 기다리기와 승패 감정 다루기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규칙을 하나만 함께 바꿔 보는 시도를 넣어 협상의 경험으로 넓혀 가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감정 어휘를 가르치는 학습지와는 무엇이 다른가요?

학습지는 감정 단어의 뜻을 알게 하고, 상호작용 놀이는 감정이 실제로 오가는 순간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아동은 감정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면서도 그 감정을 상황에서 읽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식과 운용은 다른 축이라는 점에서 두 방법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화가 나 있는 날에는 건너뛰는 편이 나을까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진행하면 놀이가 훈육으로 흐르기 쉬우므로, 그런 날은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보호자가 맡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완전히 건너뛰기보다 5분이라도 유지하면 아이에게는 관계가 끊기지 않았다는 신호가 됩니다. 어른의 컨디션이 놀이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부모 코칭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영상 통화 방식으로도 진행할 수 있나요?

떨어져 지내는 조부모나 부모가 있는 경우 화면을 통한 상호작용도 가능합니다. 화면에서는 몸으로 하는 놀이가 어려운 대신 그림 그리기, 함께 이야기 만들기, 물건 소개하기 같은 형식이 잘 맞습니다. 아이토마토 한의원의 부모 코칭도 화상 회의 방식으로 운영되며, 부모가 촬영한 놀이 영상을 함께 검토하는 절차를 포함합니다.

진전이 느껴지지 않을 때 무엇을 먼저 점검하나요?

아이의 반응보다 어른의 진행 방식을 먼저 살펴보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따라가는 구간이 확장 구간보다 짧지 않았는지, 한 회기에 도전을 여러 개 넣지 않았는지, 아이의 컨디션이 나쁜 날에도 같은 난이도를 유지하지 않았는지가 대표적인 점검 항목입니다. 신체 증상이나 수면 문제가 배경에 있는 경우도 있어 몸 상태를 함께 살피게 됩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나요?

신경가소성은 성인기에도 유지되므로 상호작용의 학습은 연령과 무관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성인기에는 놀이보다 대화와 자기 이해를 중심으로 형식이 바뀌며, 자신의 대화 습관을 인식하고 전략을 세우는 비중이 커집니다. 관심사를 통로로 삼는다는 원리는 연령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참고자료

Kim MJ et al. (2023). Integrative treatment program for the treatment of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A prospective observational case series. Frontiers in Neurology –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neurology/articles/10.3389/fneur.2022.1017005/full

김문주, 『자폐 아동을 위한 플로어타임 프로그램』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140379

김문주, 『고기능 자폐·ADHD 아이를 위한 플로어타임 가이드』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140492

김문주, 『자폐, 이겨낼 수 있어』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0308893

아이토마토 한의원 공식 홈페이지 – https://i-tomato.co.kr/

아이토마토 자폐 전문 정보 사이트 – https://autismkorea.co.kr/

닥터토마토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Kdr.tomato

글쓴이

김문주 원장(한의사)은 연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와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된 자폐 통합치료 관찰 연구의 저자입니다. 『자폐, 이겨낼 수 있어』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프로필: https://i-tomato.co.kr/dr-tomato-kim-moon-ju/

※ 본 콘텐츠는 자폐스펙트럼장애·ADHD·틱장애 등 소아신경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치료 효과를 보장하거나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별 증상과 치료 경과는 상이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에 인용된 치료 개념·임상 경과·통계 등은 김문주 원장의 저서 및 국제학술지 게재 관찰 연구(Frontiers in Neurology, 2023)에서 보고된 내용이며, 본원의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 최종 의료 검토일: 2026-07-31 (김문주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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