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 아동을 돌보는 부모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눈은 잘 마주치는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어요.”
닥터토마토는 임상 현장에서 이런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시선이 살아나고,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는 횟수는 늘어나지만 정작 이름을 불렀을 때는 대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현상은 부모 입장에서 매우 혼란스럽고, 때로는 걱정을 크게 만듭니다.
사실 눈맞춤과 호명반응은 같은 시기에 동시에 좋아지지 않습니다. 보통은 눈맞춤이 먼저 개선되고, 그다음 단계에서 이름 부르기에 대한 반응이 따라옵니다. 왜냐하면 눈맞춤은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본능적 처리 과정에 가깝고, 호명반응은 사회적 학습과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안정화되는 발달적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아동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주목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주변의 사물을 봅니다. 하지만 자폐 아동은 반대로 사물에 먼저 시선이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관찰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 결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 교류 욕구 자체가 충분히 자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단순한 시선 처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을 우선적으로 바라보는 뇌의 정보처리 시스템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이것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반복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반응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다양한 소리가 들릴 때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단순한 청각 자극이 아니라 선택적 주의와 경험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자폐 아동은 흔히 기계음이나 배경 소리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가 선택적으로 우선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호명반응이 형성되려면 단순히 청각 자극을 처리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에 반응했을 때 긍정적 경험과 보상이 축적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름을 불렀을 때 뒤돌아보면 반갑고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해야,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 아동의 선택지 안에 들어옵니다. 반대로 불렸을 때 불편한 경험이 반복되면, 외면하는 반응이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호명반응은 단순히 신경학적 반사 작용이 아니라, 감각 처리 개선 + 상호작용 경험 축적 + 긍정적 보상이 결합되어야 안정적으로 형성됩니다. 발달 과정에서 보면, 눈맞춤 → 모방 → 지시 따르기 → 호명반응이라는 순서로 사회적 반응이 자리잡습니다. 따라서 눈을 마주치는데 이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발달 단계상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닥터토마토는 임상 경험을 통해,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축적될 때 호명반응이 점차 안정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해왔습니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점은, 아이의 반응 부족을 단순히 ‘문제’로 보지 말고, 눈맞춤이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동시에, 이름 부르기를 더 즐거운 경험으로 연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