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진단할 때 눈맞춤은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은 조기 진단의 신호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눈맞춤이 회복되는 것은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자폐 아동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닥터토마토는 임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하고 싶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임을 확인해 왔습니다. 즉, 의지가 아니라 신경학적 처리의 어려움 때문에 눈맞춤이 원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시각 정보를 처리할 때, 중심과 주변을 나누어 인지합니다. 중요한 정보에는 집중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흘려보냅니다. 사회적 맥락에서는 당연히 사람의 얼굴이 중심이 되고, 사물은 배경이 되지요. 이는 뇌가 사람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폐 아동은 다릅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동일한 강도로 중심 정보가 됩니다. 주변의 작은 사물, 세부적인 패턴까지 모두 똑같이 대뇌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사람의 얼굴도 그 수많은 정보 중 하나일 뿐이고, 특별히 우선 처리되지 못합니다.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다 인지되는 것처럼 세부 정보까지 동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부모의 얼굴조차 과도한 자극 속에 묻혀버립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폐 아동의 뇌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영역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대신 사물을 처리하는 피질 영역이 작동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는 사람을 보고 싶어도 얼굴을 우선적으로 주목할 수 없고, 자연스러운 눈맞춤이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폐 아동이 부모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모의 눈과 얼굴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태인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눈맞춤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발달기 아동의 뇌는 가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적절한 자극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닥터토마토는 임상에서 눈맞춤을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눈을 맞출 때마다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임을 확인해왔습니다. 아이가 눈을 맞출 때, 그 순간이 더 즐겁고 안전하다는 감각을 꾸준히 경험하게 되면, 어느 날 부모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눈맞춤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자폐 아동에게 눈맞춤은 단순한 시선 교환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정보처리 방식으로 뇌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이는 자폐 치료와 발달 회복의 핵심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